티스토리 뷰
목차
용서에는 조건이 없다. 하지만 진심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기력한 신병, 성윤모가 남긴 혼돈의 기록
드라마 『신병2』가 방영됐을 당시,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강렬한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은 단연 성윤모였다. 그는 이른바 ‘폐급’이라 불리며, 군대라는 공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무기력함과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줬다.
그의 무기력은 동료들의 피로로 번졌고, 선임 병사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훈련 도중 오발 사고를 낼 뻔하고, 집합에도 늦고, 명령 전달도 제대로 못 하며, 그는 단숨에 ‘폐급 끝판왕’이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부 병사들은 조심스레 추측했다. “쟤,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니야?” 소위 ‘조기 전역’을 노리고 정신적으로 무능력한 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결국 그는 부대 내 갈등의 중심이 되었고, 마침내 3생활관에서 1생활관으로 전출되는 처분을 받게 된다.
진실은 드러났지만, 용서는 쉽지 않았다
『신병2』 말미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성윤모는 실제로 정신적 문제를 가진 병사가 아니었다. 그는 군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자신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조기 전역이라는 길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기적인 태도는 동료들에게 큰 상처와 피로를 안긴 일이었다.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쟤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성윤모의 침묵과 변화, 그리고 다시 돌아온 그날
그리고 『신병3』.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성윤모가 다시 등장했다. 많은 이들은 반신반의했다. “또 문제 일으키는 거 아니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달라져 있었다.
묵묵히 훈련에 참여하고, 사소한 실수도 인정하며 고치려 했다. 분대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의 변화는 말로 설명되지 않았다. 행동으로만 조금씩, 천천히, 진심을 담아 다가왔다.
용서란, 그 사람을 믿겠다는 또 한 번의 결심
처음에는 누구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들은 점점 그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성윤모는 더 이상 ‘폐급’이 아닌,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병사’가 되어 있었다.
그와 함께 훈련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어색했던 대화 속에 웃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용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상처받은 기억을 넘고, 다시 그 사람을 믿어보겠다는 다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신병』 속 병사들은 바로 그 선택을 했다.
우리가 성윤모에게서 배워야 할 것
성윤모는 분명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는 변했고, 바뀌었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를 용서한 건, 그가 완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를 다시 믿어보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진심을 믿는 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오늘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진짜 가치일지도 모른다.